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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별 자녀지도 노하우

[경제]  엄마의 부업

손길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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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22:54

어릴 적에 집에서 엄마는 늘 무언가 빠른 손놀림으로 부업을 하고 계셨다.

여성의 일자리가 쉽지 않았던 그 시절 부업은 대개 기계로 짠 목장갑의 손가락 끝을 코바늘로 마감하는 일이거나 편지봉투나 양회봉투 등을 밀가루 풀을 쑤어서 붙이는 일이었다.

때로 봉제인형에 단추 모양의 눈 달기 같은 것을 할 때는

나도 곁에서 인형들을 조물거리며 놀곤 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부업은 무엇보다도 곁에서 눈치껏 하나씩 얻어먹을 수도 있는 식재료를 손질하는 부업이었는데 커서 보니 그것이 노가리 였다. 작고 단단히 마른 노가리에 물을 살짝 축여가며 반으로 갈라서 뼈를 발라내고 다시 모양을 잡아 포장을 하는 일이었는데 그 일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편 이었다.

 

우선 노가리 자루가 너무 무거운 것이 문제였다. 산동네 우리 집과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곳으로 물건을 받으러 가야하고 손질해서 다시 가져다주어야 하는 그 일은 꽤나 고된 노동이었다. 우리 형제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를 부르면 엄마는 일손을 멈추지 않고 우야!” 하고 대답해 주셨다. 커다란 함지박에 노가리를 풀어 놓고 손질하다보면 집안에 온통 그 꾸릿꾸릿한 냄새가 배어서 하루 종일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손톱 밑에 잔가시가 박히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출근하셔서 일을 해주고 오셔도 좋았을 것을 엄마는 집을 비우지 않으시고 매일같이 먼 길을 왕복하셨다.

엄마가 이고 오신 노가리 자루를 내려놓고 땀에 절인 머릿수건을 풀어 치맛자락을 터실 때 내쉬던 가뿐 숨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이제는 그저 맥주 안주일 뿐인 노가리가 그 시절 우리 집에서는 육성회비였고 운동화였던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가끔 맛보게 되는 그 노가리의 질깃한 씹는 맛이 별스럽기만 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경제 성장률은 3%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제 환경이 어렵다고 한다. 빠르게 순환하는 소비패턴 속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거대담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시대의 생산 활동 주 연령대인 30~40대 부모들은 매일 매일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절대빈곤 속에서 근면절약하며 10% 이상의 고도 성장기를 살아온 50~60대 기성세대들에게도 국민 소득 3만 불 시대의 풍요 속의 빈곤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을 안겨 준다.

 

이런 때를 만나고보니 어린 시절 부모의 노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고 어려운 중에도 고락을 함께 나누었기에 가능했던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감이 힘든 시기를 건너올 수 있는 큰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기꺼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노동의 가치를 물려주신 엄마의 부업과 고생의 의미를 곰곰 되씹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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