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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인성]  모아나의 아버지 이야기

부모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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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13:56

 
최근 대한민국을 습격한 미세먼지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리고, 문을 꼭꼭 닫아 놓았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목안이 매캐해 옵니다.


 

 

정말 생각 같아서는 우리아이들에게 방독면이라도 씌워서 밖에 내보내고 싶습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이들이 꼼짝 말고 엄마 옆에 안전하게, 공기 청정기 틀어놓고 물마시면서 집에 좀 있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럴 순 없으니 마스크라도 씌워 내보냅니다. 속으로는 일급발암물질을 들이마실 아이 생각에 전전긍긍 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합니다.

 

 




 

뻔히 보이는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부모와 양육자들 모두가 가지는 생각입니다.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아버지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암초 밖으로 나가지 마라.’

‘저리로 가면 위험해.’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아버지는 모아나가 모투누이 마을의 족장이 되어 책임감 있게 전통을 지키고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그는 모아나가 지도력 있고 지혜롭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초 밖의 너른 바다가 궁금한 모아나는 그런 아버지의 명령과 보호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서도 끊임없이 갈등에 휩싸입니다. 그러한 갈등을 느낄 때 모아나는 아무도 모르는 저 너머에 대한 꿈을 키우고 궁금해 하고 자신이 갈 길을 상상합니다.

 

이쯤 되면 정말 모아나가 신통방통 할뿐입니다. 왜냐구요?

저렇게 지속적으로 억압당하고 통제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보통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시도하려는 생각조차 안하고 주어진 것에 안주하면서 지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모아나의 엄마는 좀 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모아나에게 포기를 종용합니다. 아버지의 실패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입니다.

 


 

 

모아나의 부모는 안정과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모아나를 공포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끔찍한 미세먼지 속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게 싫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금 내 모습과 많이 비슷하지 않나요?

 

이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매력적이고 멋진 캐릭터는 모아나의 할머니입니다. 멋진 만타가오리 문신을 하신 할머니는 물가에 나가서 춤을 추면서 모아나에게 꿈을 찾으라고 말해줍니다.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이지요. 아들의 두려움 때문에 억압해왔던 놀라운 꿈과 미래를 손녀딸에게 보여주고 용기를 내라고 합니다.

 

모아나는 자신이 일생동안 지키려 노력해 왔던 당위적 삶과, 평생을 억압해 왔던 가슴 뛰는 실존적 희망의 삶 앞에서 갈등합니다. 결국 모아나는 자신의 꿈에 도전합니다. 무서운 데카의 공격을 이겨내고 데피티여신의 축복을 받는 완벽한 성공을 이루어냅니다.

 

부모가 제시해 준 한계를 넘어서고 통제를 벗어나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성공하는 건 더 힘들구요. 그래서 부모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합니다. 모아나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겠냐구요.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내가 경험했던 안전한 길로 아이를 인도해서 위험으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는 쪽을 택하겠노라고....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일까요?

부모가 대신 염려해주고, 경험해주면서 모든 판단을 아이 대신 해주는 것이 과연 아이를 진짜 보호하는 것이며, 그것은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요? 

경험을 빼앗긴 아이는 감정과 호기심과 의욕을 빼앗기고 결국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거나 실행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이는 자신이 선택하고 경험하는 주체적 삶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아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깊은 사랑과 염려와 확신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과 두려움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었을까요? 자신이 겪었던 실패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에만 갇혀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트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러나 내가 있는 이 곳, 내가 겪은 이 일들이 세상 경험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모아나의 아버지처럼 우리도 자신의 트라우마에 갇혀 아이들에게 넓고 탁트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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